[DDP D-magazine] THE ART OF LIVING


THE ART OF LIVING



서로 다른 분야의 두 디자이너가 만든 라이프앤콜렉트는 작품의 메시지를 재해석해 생활 속에서 사용할 수 있는 디자인 제품을 만든다. ‘생활 예술’을 실천하는 라이프앤콜렉트는 작가와 함께 성장하고, 보다 많은 사람들이 예술을 친근하게 여기는 미래를 꿈꾼다.

라이프앤콜렉트 박혜지(왼쪽), 윤두리 공동 대표



라이프앤콜렉트, 어떤 의미인가요?

삶을 뜻하는 라이프(life)와 모은다는 의미의 콜렉트(collect)의 합성어입니다. 예술과 디자인의 조각을 모아 일상에서 생활 예술을 실천하는 디자인 콜렉티브라는 의미죠. ‘생활의 예술(The Art of Living)’은 저희의 캐치프레이즈이기도 합니다.



‘생활 예술품’이라는 게 구체적으로 어떤 건가요?

아트 굿즈, 아트테리어라는 말이 유행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미술관에서는 MD 상품이라고도 불렀고요. 작가의 작품을 응용해 만든 소품을 일컫는 말들이었죠. 그런데 저희가 만드는 물건을 정확하게 정의하는 용어는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생활 예술품'이라는 말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생활 속에서 사용할 수 있는 예술 작품’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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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디자인을 전공한 박혜지 대표님은 큐레이터로 활동했고, 윤두리 대표님은 패션 디자인 전공 후 디자이너로 일했습니다. 두 분은 어떻게 라이프앤콜렉트를 창업하게 되었나요?

같은 학교 출신이라 학창 시절부터 친구 사이였습니다. 대학생 시절에도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함께 제품을 만들어 판매해보기도 했고요. 공동 작업이 서로 잘 맞는다고 생각해 라이프앤콜렉트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처음부터 창업을 생각한 건 아니었어요.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서로 합이 잘 맞고 결과도 좋아서 본격적으로 해보기로 결정했습니다.



어떤 프로젝트였나요?

박혜지 대표의 오랜 취미가 사진 촬영이었어요. 여행을 가면 사진을 찍어왔는데, 그 여행 사진들을 윤두리 대표가 보고 이걸 제품으로 만들자는 아이디어를 낸 거죠. 2021년, 팬데믹 때문에 해외여행을 가기 어려운 시절이었거든요. 패션 디자인 회사를 다녀 원단을 잘 알던 윤두리 대표가 사진을 패브릭 포스터로 만들자고 했고, 같은 장소를 다른 시간대에 촬영한 두 사진을 함께 보여줄 방법을 찾다 박혜지 대표가 모듈러(modular) 액자의 아이디어를 떠올렸어요. 그런 식으로 아이디어를 내면서 즐겁게 진행했습니다.



모듈러 액자라는 아이디어가 무척 신선합니다.

처음에는 투명 아크릴 액자의 앞 뒷면에 사진 두 장을 넣고 뒤집어서 걸 수 있도록 했는데, 지금은 사진이나 공연 티켓, 스케치 등 의미 있는 것들을 배치하는 콜라주 보드 형태로 발전했어요. 고객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자유롭게 배치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감탄하곤 하죠.



분야가 다른 두 디자이너가 함께 일하는 방식이 궁금합니다.

박혜지 대표가 전체 브랜드를 담당하고 윤두리 대표가 세부적인 제품 기획과 생산을 맡습니다. 서로 분야가 달라 각자의 일에만 집중할 수 있어 좋습니다. 서로의 결과물을 객관적으로 보고 도움을 줄 수도 있고요. 작가와 협업하고, 제품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내부에서 진행할 수 있어서 브랜드의 일관성 유지에도 도움이 됩니다.



라이프앤콜렉트의 대표 제품은 어떤 것인가요?

홍소이 작가와 함께 만든 ‘플러피 타임 클락’입니다. 라이프앤콜렉트가 작가와 협업으로 제작한 첫 작품이기도 하고, TV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 등장해 많이 알려졌습니다. 홍소이 작가의 그림을 좋아해서 오랫동안 지켜보고 있었죠. 거의 6개월 정도를 함께 고민하며 만들었어요. 처음부터 시계를 만들자는 생각으로 시작한 건 아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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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러피 타임 클락’은 라이프앤콜렉트를 대표하는 제품이다.




시계인데, 푹신한 질감이 무척 새롭습니다.

그때 이 작가가 손과 시계 그림을 많이 그리는 걸 보고,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시계를 만들면 어떨까?’ 생각한 거죠.

(*인터뷰 전문에 관해 일부 내용을 추가 안내드립니다. 홍소이 작가의 시계를 주제로한 작품을 쿠션 형태에 시계로 기획하는 것은 작가의 아이디어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만질 수 있는 시계!

미술관에 가면 작품을 만질 수 없잖아요. 그런데 예술 작품을 대할 때 경계심을 가지는 게 맞는 걸까요? 일상에서 사용할 수 있고, 만질 수 있는 예술 작품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푹신푹신한 쿠션을 만지면 기분이 좋아지고 애착이 생기잖아요. 그래서 마음껏 만질 수 있는 시계를 만들었습니다. 홍소이 작가와 함께 아이디어를 모았구요. 라이프앤콜렉트가 이번에 자체 제작한 ‘마시멜로 램프’는 만질 수 있는 조명등입니다.



협업 작가를 정하는 라이프앤콜렉트만의 기준이 있나요?

저희가 아직 함께할 작가를 고를 수 있는 처지는 아닙니다.(웃음) 평소 우리가 좋아하고 꾸준히 작업하는, 그리고 뚜렷한 메시지가 있는 작가들에게 협업을 제안하고 있어요. 라이프앤콜렉트가 다른 셀렉트숍이나 디자인 브랜드와 다른 게 있다면, 작품을 그대로 어떤 물건에 프린트한다든지, 작품 형태를 그대로 다시 제작하는 등의 1차원적인 제품을 만들지 않는다는 거예요. 작품의 메시지를 잘 표현할 수 있도록 재해석한 제품을 만든다는 것이 사실 쉽지 않은 과정이거든요. 그 과정에 기꺼이 동의하는 작가와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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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러피 타임 클락, 마시멜로 램프 등 라이프앤콜렉트 제품에는 ‘생활 예술’이라는 철학이 담겨 있다.




작품 재해석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어떤 건가요?

저희의 재해석과 함께 작품이나 작가의 메시지에 중점을 두고 있어요. 라이프앤콜렉트 제품을 통해 작가의 작품에 더 관심을 갖게 되면 성공인 거죠. 앞서 소개한 플러피 타임 클락이 많이 알려지면서 홍소이 작가의 작품에 관심 갖는 분들도 늘어났고, 작가도 도자기 등 새로운 매체로 작업을 확장하고 있거든요. 그렇게 영향을 주고받는 게 중요하죠. 



라이프앤콜렉트가 표방하는 콜렉티브(collective)라는 개념도 독특합니다.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시작했으니까요. 회사나 브랜드보다는 예술과 디자인 창작 집단에 가깝죠. 단순히 한 번 협업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작가들과 함께 성장하고 싶습니다. 



라이프앤콜렉트의 제품을 어떤 분들이 어떻게 사용하기를 바라나요?

단순한 인테리어 소품이라기보다는 생활 속 예술 작품이라고 생각하며 사용했으면 좋겠습니다. 팬데믹 이후에 자기 공간을 꾸미려는 욕구가 커지면서 거기 놓이는 물건들을 대하는 마음이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생활 예술이라는 라이프앤콜렉트의 철학에 동의하고, 예술 작품을 실제로 사용하는 즐거움을 이해하는 분들이 저희 제품을 사용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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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앤콜렉트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9월, 디자인 아트 커머스 플랫폼 ‘찹스틱스’가 진행하는 팝업 이벤트에 참여하고,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리는 디자인 페어에도 참석하는 등 다양한 협업이 계획되어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디자인 컬렉티브로서 라이프앤콜렉트의 세계를 확장하고 싶습니다. 시각 예술과 디자인을 넘어 공연과 음악 등 다양한 분야의 작가들과도 함께하고 싶어요. 생활 속에서 예술을 실천하는 라이프앤콜렉트의 철학에 동의하는 작가님들의 연락 부탁드립니다!


   

글 | 정규영
사진 | 김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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